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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나와 함께한 건축이야기 공모전

서울의 얼굴이 되는 다양한 건축물과 거기에 얽힌 우리들의 여러 이야기를 발굴하는 시민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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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입선

과거의 단편

사진   |   나세현

6월. 봄이라고 하기에는 늦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시간. 나른한 화요일 오후, 날이 좋아 이따금 산책하러 가던 서울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사람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서울숲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인파에 이끌려 서울숲 이곳저곳 걷다 보니 우연처럼 이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서진 콘크리트 벽, 그 사이로 드러난 녹이 슬어버린 철근. 그런 벽을 둘러싸고 있는 얼기설기 얽혀있는 덩굴. 입구와 마주 서니 고즈넉한 분위기에 이끌려 다른 시간대로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니 정원에 제각각의 모습대로 자라나는 식물들이 나를 반겼다. 식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낡은 기둥들과 보는 열을 맞춰 공간을 지탱하고 있었고, 나는 기둥 옆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공간을 음미하였다. 기둥과 보 사이로 비추는 은은한 햇살, 이미 지나버린 봄을 기억해달라는 듯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꽃잎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잔잔한 공기. 앉아서 공간을 보고, 듣고 있으니 언젠가 흘러갔던 과거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밖으로 나와 다시 현재의 서울숲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산책과는 다른 깊은 여운을 마음 한편에 간직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 궁금증이 남아 조사해보니, 이전에 체육공원용지로 사용되었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2005년경 서울숲으로 새 단장 하였고,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낮에 보았던 그 장소가 더 아련해졌다. 어쩌면 내가 찾아갔던 그곳은 서울숲이기 이전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누군가의 과거에 대한 추억이자, 단편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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