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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25] 나는 서울에 있다_서울특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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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는 남산에 있다. 남산이라 그런지 다른 건물보다 훨씬 고지대에 있다. 사람들의 출입을 꺼리기라도 하는 걸까? 심지어 공과대학 건물인 원흥관은 주 출입구에 들어섰을 때 길을 찾기 쉽지 않아 게임의 ‘던전’을 닮았다는 얘기도 듣는다. 이른바 ‘원흥던전’.

바로 내가 학기 내내 머무는 공간이다. 그렇다.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물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다. 서울시에 있는 건물 중에서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곳은 어디일까? 나는 지방 사람이기 때문에 서울에 대해서 세세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서울을 여행 다니면서, 서울에서 살면서 만난 공간들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서울에는 내가 살던 곳보다 건축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건물이 많다. 과거의 건축부터 현재의 건축까지 서울의 하나하나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특별하게 생각한 곳이 원흥관이라고 쓰고 있다.

원흥관은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처럼 독특한 모양을 가졌다거나, 특별히 지속가능성을 생각했던 건물은 아니다. 굳이 시간을 내어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못생겼다고 본다. 주 출입구가 4층에 있어 지하인 줄 알았던 곳이 사실은 1층부터 3층에 해당한다거나, 6층 입구로 나왔는데 도착한 곳이 바로 옆 건물의 9층이라거나 하는 사실은 흥미롭긴 하다(다 학교가 산에 있어 건물마다 1층이 달라서 그런다). 안에 들어와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내부 구조에 관심을 둘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을 원흥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아마도 풍경 때문이다. 원흥관에서는 남산타워와 충무로는 물론이고 서울 중구를 바라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남산에 있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간혹 하루 종일 원흥관에 있기도 해서 해질녘부터 새벽녘까지 서울이 어떤 모습인지를 볼 수 있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서애로로 내려가면서, 혹은 야간에 원흥관의 복도 끝에 서서 건물들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서울에 있다고 느낀다. 서울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느낀다. 남산타워에서 서울을 내려다보았을 때보다, 원흥관에서 서울을 바라보았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보여? 저 낮은 주택들은 네가 살던 곳에서도 볼 수 있었던 아이들이다. 주황색 가로등이나 담장을 타고 넘나드는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야. 학생들이 걸어가고, 차들이 골목을 빠져나가고. 하지만 봐, 그 뒤로 엄청나게 높은 빌딩의 숲과 새벽까지 밤을 밝히는 불빛이 보이지. 사람들이 계속해서 움직여. 저 높은 건물의 층층마다 사람들이 가득해. 업무를 처리하는 건지, 과제를 하는 건지, 술자리를 가지는 건지, 관광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너도 그 무리 속에 있잖아. 너는 지금 서울에 있어.’

사실 내가 집에서보다 많은 시간을 원흥관에서 보내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건물이 어떤 매력을 나에게 보여줬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다른 건물을 보면서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한다. ‘저 안의 사람들은 서울의 치일 것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누군가에게는 서울의 다른 공간이 그럴 것이다. 어떤 건물이든 그렇게 될 수 있다- 유명하든, 예술적이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간에.

나에게는 원흥관이 그러했듯이.

올해도 원흥관 바깥에 주홍색 꽃이 근사하다. 아마 능소화라고 하는 것 같다. 능소화뿐만이 아니다. 여름의 녹음과 생기가 캠퍼스 곳곳에 뿌려지고 있다. 나는 팔정도에서 원흥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건조하고 무료한 우리의 공간이 조금,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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