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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32] 회복의 장소를 거닐다, 명동성당_서울특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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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야, 천천히 걷는 운동이라도 시작해보렴. 체력도 기르고 건강을 회복할 겸해서.”
 “네? 명동에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나요?”
 “명동성당을 크게 한 바퀴씩 돌면 운동이 될 거야. 생각도 정리하고. 산책하기 좋단다.”

 당시 나는 갓 스무 살이 된, 서울로 대학을 합격하게 되어 서울살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던 부산토박이였다. 여자아이 혼자 사는 것을 걱정하셨던 부모님은, 한학기만 명동에 위치한 여대생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어느 정도 서울에 적응하게 되면 2학기 때부터 자취를 허락하겠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생활을 해왔던 터라, 다른 친구들과도 금세 친해졌고 규율도 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명동에서 꽤 멀리 있는 학교를 통학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부산과는 다른 서울만의 분위기와 복잡하고 정신없는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나의 몸과 정신에 은근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계속 심어주고 있었다. 오로지 내가 나를 챙겨하는 삶 속에서, 끼니를 거르고 밖에 좋지 못한 기름진 음식들을 자주 사먹어 몸은 좋지 않은 상태로 변해가고 있었고, 왠지 모를 스스로의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한 학기 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위가 너무 쓰라리기 시작하였다. 통증은 새벽 내내 지속되었고,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배를 문지르고, 약을 먹어도 앓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너무 괴로웠다. 아침이 돼서도 몸이 좋지 않아 기숙사 사감 선생님과 함께 응급실행을 택하였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위경련’ 이었다. 허약해진 체력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내 몸이 반응을 한 것이다.
 당시 죽만 먹어야 했던 내가 안쓰러웠던 선생님께서 종종 식사를 함께해주었는데, 그때 나에게 제안하신 것이 명동성당 걷기였다. 관광객들로 넘치고 발 딛을 틈이 없을 만큼 정신없는 명동이라는 장소는 마치 나의 서울생활을 대변해주는 듯하였다. 그래서 괜히 명동을 되게 싫어하기도 하였고,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사실 벗어나고 싶은 것은 서울생활이었고, 어쩌다 부산에 내려가게 되면, 부모님한테도 자퇴하고 다시 부산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엔 여유가 없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사감선생님의 말씀대로 명동성당을 거닐기 시작하였다. 걷기 위해 처음으로 명동성당을 방문하였는데, 성당은 명동의 태풍의 눈과 같았다. 명동의 다른 장소들은 태풍처럼 정신없고 복잡한 분위기였는데, 명동성당의 경우는 고요하고, 조용하고, 평온하였다. 내가 걷던 시간은 항상 조용한 저녁이었는데, 저녁에만 느낄 수 있는 명동성당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걷는 것은, 평소 나의 서울생활에서의 압박감을 잊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행위 자체가 나의 마음을 편하게 가라앉혀주었다. ‘명동 성당 걷기’라는 가벼운 운동이 선사하는 기분의 회복은 내 삶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항상 명동성당을 거닐면서 평온하게 마무리하였고, 서울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 대한 내 마음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져갔고, 그 생활에 누구보다도 잘 적응하여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명동성당, 그 곳을 거닐며 나 자신을 회복하였고 서울을 다시 바라보고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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