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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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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동 39-13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1길 20

◆ 무언(無言)
“어떤 기분이었냐고? 이제 죽었구나 싶어서 우는 것밖에 할 게 없었지…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어. 울기만 했어…”

 1992년 1월 8일 수요일, 서울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집회는 오늘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11년째 이어지던 2003년,
할머니들을 위한 기념관을 짓자는 뜻이 있었고 2004년 정식으로 박물관건립위원회를 꾸렸다.

 건축학과에 재학 중이던 나는 평소 건축에 관한 기사와 소식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우연한 기회에 2011년 젊은 건축가에 선정되었던 와이즈건축의 장영철, 전숙희 부부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평소 건축 답사를 즐겨 다니던 나는 주목받던 건축물을 체험해보고자
그곳에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이 답사를 하기로 한 친구와 나는 사람들로 가득한 홍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어느 조용한 주택가 앞에서 내렸다. 박물관이라곤 있을 법하지 않은 동네였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길목에는 각종 벽화와 메시지들이 마치 할머니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듯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 못다 한 이야기 끝에 박물관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것은 고즈넉하게 주택가 사이에 놓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시의 시작은 무겁고 차가운 큰 철문을 여는 것, 그 자체부터였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돌길이 펼쳐졌다.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모습의 벽화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삶의 고통이 얼굴과 손 주름으로 표현된 작품이 양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고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포성과 군화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마치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하였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언가가 속에서부터 끌어올랐다.

전시는 위안부에 대한 내용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세세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풀어내고 있었고
전시가 계속될수록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갑갑한 속을 달래기 위해 잠시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벽돌이 듬성듬성 쌓인 스크린 벽 사이사이 할머니들의 사진과 꽃들이 놓여있었고 그 사이로 아련하게 들어오는 빛은 할머니들의 마음을 위로라도 하는 듯 그 위를 조심스럽게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먹먹함의 정점을 찍었다.

 어린 시절 유학을 마치고 온 나. 그동안 위안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이곳에 전시된 각종 오디오와 사진 그리고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이니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
이러한 일본의 만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공부방을 만들어 주고 싶다던 할머니들의 꿈,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할머니들의 바람. 우리에게는 작고 사소하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소중한 일상 그리고
삶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가 나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관람을 끝마치고 안타까운 여운에 휩싸여 우연히 뒤돌아본 박물관의 모습을 보며 나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건물을 맞이하였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우리의 아픈 이야기를 품고 있는 박물관은
아무 말없이 그곳에서 고요한 울림을 통해 담담히 우리의 쓰라린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 녀석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놓인 의자에 앉아
가만히 건물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발견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둘러보니까 어때? 어떤 기분이었어?”

어떤 기분이었냐고…? 난 그저 끌어오르는 뜨거운 울음을 삭힐 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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