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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섬, 우리의 공간

본문

◆ 건축물주소
서울특별시 반포2동 115-5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2동
신반포로11길 40

◆ 나만의 섬, 우리의 공간
나만의 섬, 우리의 공간
경상도에서 살던 내게 서울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에
출사표를 던졌고 무작정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내 몸집만한 캐리어를 이끌고 올라탄 버스에서 장장 4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서울에서 할
일들을 적고 상상하느라 잠도 들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멀미가 워낙 심해서 차로 10분만
이동하는 곳에서도 토하는 걸로 유명세를 날린 나는 누구였던가. 역시 사람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목적과 설렘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서울로 향하는 그
순간부터 했다.
'이 곳이 서울이구나'라고 느낀 첫 부분은, 광화문의 광장도 아닌, 강남의 높은 빌딩들도
아닌, 홍대의 시끌벅적함도 아닌 바로 한강이었다. 서울터미널에 도착하기 직전, 버스
차창가로 지나가면서 본 한강은 마치 외딴 두 섬을 갈라놓지만 이어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양쪽의 섬들 속 수많은 빌딩들의 발광하는 불빛들 사이에서 혼자 고요함을 지키며
우아하게 흐르는 강물 위를 지금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서울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다.
짝사랑은 사랑하므로 행복하지만 힘들다고 했던가. 서울과 나도 쌍방통행은 아니었던 지라
역시 서울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타지에서의 삶은 내가
이제껏 겪었던 그 어떤 외로움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이란 단어에서 느꼈던
느낌보다 훨씬 더 지독했다. 혼자일 때의 외로움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면
살갗에 외로움이란 단어가 칼날처럼 붙어서 서서히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전혀 의심하지 않을
마음을 주고받은 친구와 가족을 떠나 홀로 올라온 도시였지만, 겉으로만 보이는 친절과
겉으로도 보이는 무관심과 냉대, 이 두 모습에서 혼자가 편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껴가고 있었다.
가장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는 서울은 내게 '섬'이었다. 그래서일지, 나는
항상 외롭다고 느낄 때 한강을 찾았다. 처음 서울을 올라올 때 섬이라고 느꼈던 강남과
강북을 이어주던 곳. 나도 그 곳에 있으면 누군가와 왠지 마음이 이어질 것 같은 곳. 혼자여도
왠지 고요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곳.
한강은 대부분 혼자 찾아갈 때가 많아서 늘 책을 가지고 갔다. 그 중에서도 한강을 갈 때는
꼭 의식처럼 읽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시가 있었는데, 바로 John Donne의 No man is an
island 였다.
누구도 그 자체로 완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전체의 한 부분일 뿐.
한 줌 흙이 바다에 씻겨 가면
유럽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
모래톱이 쓸려가거나
당신 소유의 땅과
당신 친구의 땅이 쓸려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각자의 죽음이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에.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종은 너를 위하여 울리나니.
과연 그럴까?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하철에서도, 회사에서도, 광장에서도 서로 부대끼며
살고 있지만 우린 모두 완벽하게도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되려 이런 생각은 나를
좀 덜 외롭게 만들어주었다.
홍대나 강남, 이태원을 친구들과 갔을 때, 혹은 혼자 갔을 때 그 화려하고 북적 이는 곳에서
느껴지던 완벽한 타인들과의 괴리감과 그로 인한 외로움의 구멍은, 완전하게 혼자인 상태로
있던 한강에서 메워졌고 채워졌다.
특히 밤에 찾는 한강은 (여름이 아니라면) 가장 이상적이다. 강제적으로 어두운 배경은
고맙게도 타인을 배제하게 해준다. 사람관계에서 지쳐있을 때, 마음이 힘들 때는 이렇게라도
나만을 오롯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하는 이유다.
서울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얼마나 많이 한강을 찾았던지. 하지만 그 5년의 세월 동안
나에겐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고, 몇몇의 사람들이 남게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맥주 한 캔과 과자를 사서 나를 한강으로 데려갔다. 마치 한강에서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달래고 있는 나를 알기라도 한 듯, 더 이상 외로움의 구멍을 혼자 메우고 있지
말라는 듯 나만의 공간을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타지로 내려와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사는 근처에도 강은 있지만 여전히 나는 한강이
그립다. 치기 어렸던 그 시절에 나의 공허를 함께 보내주고 마음을 달래주던 곳. 완벽히
혼자였지만, 완벽히 외로웠지만 그래서 위로가 되었던 곳. 결국엔 다시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함께 서로의 공허를 달래주었던 곳.
안되겠다. 이번 휴가엔 서울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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