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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촌동, 아이비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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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촌동, 아이비 하우스 _ 종로구

광화문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율곡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좁은 터널이 하나 보입니다.

그리고 그 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보이는 교회와 오래된 아파트 사이에는
하얗고 독특한 집 한 채가 있습니다.

제가 이 집에 처음 오게 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6년의 봄이었습니다. 20살에 서울에 올라와 10년간 지내온 저의 삶은
사직터널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언젠가는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월세방을 찾아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은 월급이지만 조금씩 모아가며 희망을 품고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어렵사리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3년 차가 되었을 무렵,
갑자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고 저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제 수중에 남아있던 돈은 3천만 원이었습니다.
서울 곳곳에 발품을 팔며 전셋집을 알아보았지만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던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당분간
지내자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행촌동이라는 마을에 작은 전세방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공인 중개사를 따라 이 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참 독특했습니다.
대로변에서 보면 복층의 서양식처럼 보이지만 집을 향해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일본식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살게 될 방은 현관문에서 거실로 통하는 통로처럼 긴 형태였고,
두 사람이 나란히 눕기에도 좁아 보였습니다.
그래도 샤워를 할 욕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싱크대,
빨래를 널 수 있는 조그마한 난간까지 갖춘 집이었습니다.

이 집으로 이삿짐을 옮기던 날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취직과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조금은 해소되던 날이었습니다.

대로변에 있는 집이라 낮 동안은 경적으로 시끄럽지만,
밤이 되면 시골처럼 조용해지는 이 집에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성공을 꿈꾸며 서울에 올라와 외로움과 싸우며 사는 나의 모습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해방을 맞이하며 외톨이처럼 이 자리에 서 있는 집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난간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대로변 맞은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고, 인근의 아파트 화단에 심겨 있던 감나무에도
움이 트고 있었습니다.

지쳤다는 핑계로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지친 심신을 일으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봄이 지나고 장맛비가 세차게 내려도,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에도
사직터널을 지나 광화문을 오가며 운동을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기 위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곧 저렇게 되리라는 마음을 품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제 몸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고,
주눅 들어 있던 마음도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미래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정성껏 나의 이력을 정리하고 광화문을 지나며 눈여겨보던 회사에
입사 원서를 냈습니다.

진심은 통했는지 얼마 후 제 노력은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한 지 1년 쯤 지났을 무렵 저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을 오가는 거리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3년이 지나고 저는 이 곳에 대한 기억을 서서히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살던 곳을 우연히 지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대로변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로
담쟁이덩굴이 빽빽이 심겨 있었습니다.

타는 듯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묵묵히 위를 향해 올라가는 담쟁이처럼
이 집에 머물던 시간,
나의 모습도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가장 소중한 시간, 저의 변화를 함께 해준 이 집을
저는 아이비 하우스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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