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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쉼터, 독박골 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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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쉼터, 독박골 천간사 _ 은평구

1960년대부터 북한산 한 자락 독박골 주택가에 조그만 절이 있었다. 산을 깎아 새로이 조성하는 고층아파트 재개발 열풍에 밀려 건립 후 불과 50년도 안된 2009년에 건물들은 철거되고 땅은 수용되어 그 일대에 새로 조성한 종교시설부지로 강제 신축이전을 하게 되었다. 이는 일붕선교종 천간사다.

일붕선교종은 한국의 보편적인 종단은 아니지만 수행의 근본은 주 종단이나 다름없다. 즉, 석가모니불을 교조로 하고, 태고 보우국사를 종조로 하며 석가모니의 가르침인 “자신도 깨닫고 모든 중생도 함께 깨달을 수 있도록 교화하는 것과 깨달음과 수행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을 근본교리로 삼는다.

감리만을 요청 받았을 때는 다른 건축사에 의해 설계가 완성되어 이미 건축허가가 난 상태였다. 그 건축사는 풍수쟁이가 정해준 건물의 배치 등을 바탕으로 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풍수쟁이는 바로 이웃에 건립될 고층 아파트를 예견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아파트 배치도를 어렵게 구해서 검토한 후 건축주에게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건설공사비와 완공해야 하는 시점이 정해져 있었고 건설업체까지 거의 결정된 상태였다. 게다가 설계비는 이미 완불되어 더 이상 지출할 예산이 없었고 애초의 설계자는 본인의 작품이라고 설계자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설령 불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존설계대로 대웅전을 고층 아파트 모서리 앞에 놓고 그 안에서 부처를 향해 예불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스님들의 거처와 불전을 건물 간의 위계질서를 생각하지 않고 한 공간에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경사진 진입도로나 되메운 땅을 검토해보니 배치를 바꾸면 엄청난 토목 공사비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설계비는 뒤로하고 새로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공간배치와 토지이용에 설계의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주위환경과의 관계, 건물 및 외부공간의 위계나 관계에도 역점을 두었다. 주변이 빈 땅이었을 때 최적의 풍수라도 고층 아파트로 에워싸일 때는 다르다. 이미 둘로 분할되어 고저차가 있는 두 대지에, 한 곳에는 대웅전과 극락전 및 조사전 등 한옥을 배치하고 연접한 대지에는 요사채와 국제선원 등 일반건축물을 기존설계의 규모변동 없이 넣었다.
 
대웅전은 위계가 가장 높은 곳에 산을 등지게 앉히고, 요사채 각 층에서 대웅전의 불상이 보이게 배치를 한 후 건물과 마당 그리고 담장의 관계를 설정했다. 풍수상 취약하다는 부분에 창건스님의 영정을 모신 조사전을 두었다. 추녀나 사래 끝이 대지경계선을 넘지 않게 하고 지붕 용마루의 위계도 정했다. 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대웅전을 좀 작게 하고 싶었는데 스님 설득이 어려웠다. 다 지어진 다음에는 내 충고를 들을 것을 하고 후회하셨지만 이미 늦었다. 게다가 장애인 경사로 때문에 대웅전의 기단을 좀더 높일 수가 없어서 극락전과의 위계가 확연하지 않았던 부분은 못내 아쉽다. 국제선원은 별도의 대문도 있지만 다른 건물들과 유기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두 대지 사이에 조그만 문을 냈다. 스님거처 및 국제선원은 의도적으로 아주 단순하게 그냥 두어 대웅전 및 극락전이 돋보이도록 했다. 사실상의 이유는 이미 허가가 난 면적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서 그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재배치한 것이다.

산을 깎아 개발한 고층 아파트단지를 작은 한옥 사찰이 위용 있게 견주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의 한옥이 얼마나 당당한지를 알 수 있다.
준공 후 눈이 오는 날 사진을 찍게 되었다. 대개는 몇 시간 지나면 눈이 녹아서 설경 촬영이 어려운데 당일은 마침 기온변화 없이 계속 추워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2011년 제정된 제1회 올해의 한옥상도 받았다. 그 후 가장 큰 우려는 대부분이 전통이라고 이해하는 울긋불긋한 단청을 할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지스님께선 현대적인 차분한 단청을 선호했다. 너무 감사하다. 수 년이 지난 후 지금까지 그 사찰의 마당은 독박골 동네 사람들의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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