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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2]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알려준 여백의 미_서울특별시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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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나는 사표를 낸 것 못지않게 과감한 선택을 하나 더 했는데, 바로 2017년에는 일은 하지 않고 오롯이 놀기로 한 것이다. 대학생 때에도 휴학 한 번 해본 적 없던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주변 사람들은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일년은 커녕 한 달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정말로 1년을 놀기만 한 것이다. 열심히 쉬었고, 충분히 즐겼다. 덕분에 작년은 나에게 잊지 못할 한 해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내가 그런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 갔던 곳이다.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완전한 우연이었다. 뮤지컬 표를 예매하려고 들어간 인터넷 사이트에 재미있는 문구가 보였다.
  ‘국악의 맛’
  이건 뭐지? 싶어서 클릭해보았다. 내용인 즉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이라는 새로운 국악 공연장이 생겼는데 거기서 하는 공연이 바로 ‘국악의 맛’이었던 것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악의 맛’은 단순한 국악 공연이 아니라 무대 전에 한식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색적인 공연이었다. 왠지 모르게 구미가 당겼다. 평소 국악을 즐겨 듣는 것도 아니면서 표를 예매했다.
  그리하여 나는 10월의 어느 금요일 오후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을 찾게 되었다. 공연 한 시간 전쯤 도착한 국악당은 정말 창덕궁 돈화문 바로 맞은 편에 있었다. 중앙에 마당이 있고 이를 네모 자로 둘러싼 아담한 한옥이었다.
  한 시간 전쯤 도착한 관객들은 함께 마당에서 한식 다과와 오미자차를 즐겼다. 자극적이지 않은, 아주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맛을 배가 시켜 주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지하의 공연장으로 향했다. 백 명 좀 넘게 수용할 만한 공연장은 아주 아담했고 무대와 굉장히 가까워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가야금 연주를 들으니 문득 몹시 평온해졌다. 평상시에 듣는 음악과 뭐가 다른 걸까 싶었는데 문득 지금 이 연주에는 ‘여백’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 듣는 클래식 음악에도 그런 여백은 없었다.
  그에 반해 그 날 들었던 가야금 연주는 실로 여백이 풍부한 음악이었다. 소리가 시간과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반 정도만 채우고 있었다. 나머지 반을 채우는 건 나의 몫이었다. 그런 평화를 경험한 이후로 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국악을 즐겨 듣게 되었다.
  뭔가를 채우는 것만큼이나 비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진리를, 고층빌딩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 건물은 몸소 표방하고 있는 듯했다. 그건 삶의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내게도 아주 큰 위안이 되었다. 지금은 그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훗날이 더 빛날 수 있게 해주는 여백 같은 것이라고 나를 다독여주는 것만 같았다.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 그리고 불안할 정도로 한가롭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서울돈화문국악당을 추천해 주고 싶다. 어느 쪽의 사람이건 '여백의 미'를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테니까. 한 번만 갔다 와도 국악 애호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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