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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 [ESSAY] 오랜시간 그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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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그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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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을 기점으로 열대야는 사그러든다는 것을 2018, 그러니까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알게 되었다. 엄청 더웠던 2018년 여름에, 나는 연인들 헤어지기 참 좋은 날씨라고 하면서도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와 만나며 보냈다. 에어컨이 없는 내 방에서 문을 닫고 통화하느냐고 얼굴이 토마토가 되고, 퇴근길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전화해서 그는 모기의 먹잇감이 되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첫 서울 데이트가 경복궁 2번출구, 서촌이었다.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우린 걸었다. 한 여름 땡볕을 피해 세 시 즈음 만나 대림 미술관을 가고, 작은 전시를 하고 있는 갤러리를 들렸다, 굽이굽이 서촌 마을에 있는 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도, 그도 가본 적 없어 지도 어플에 의존하여 목적지로 향했으나 낯설지만 궁금한 이 골목길을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손을 잡으며 조심스레 걸어간다는 것이 내 기억 속의 여름 서촌이다.

저녁을 먹고 나와 다시 효자로에서 경복궁역 쪽으로 내려 걸어오며 내가 했던 말이 아직 기억난다.

바람 분다. 엄청 더웠잖아 원래. 열대야 끝난건가?”

이제 우리 연애하기 좋으라고 날씨가 선선 해진다고 생각했다. 경복궁 역까지 왔는데 바람도 불어 덥지 않다는 핑계로 더 걸었다. 광화문을 지나 삼청로를 올라갔다. 국립 현대미술관 맞은편 부근 이었던 것 같다. 불편한 돌로 된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것이. 오늘 보았던 전시에 대해 얘기하고, 학교 다닐 때 경복궁으로 소풍 온 경험, 마지막으로 한복 입은 게 언제 인지 서로 주고받으며 시원해진 밤공기를 마주했다. 핑크색 여름 구두를 신었는데 족히 만 보는 넘게 걸었고, 그 날을 시작으로 우리는 항상 만 보는 걸어 다니는 데이트를 했다.

 

깊게 얘기를 해보진 않았지만, 건축과 관련된 전공을 가진 우리는 고즈넉한 옛 공간과 새로운 공간들이 주는 절묘한 조화에 편함을 느꼈고 바삐 흘러가는 세상을 살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 곳에서 추억을 쌓으며 우리의 관계를 변하지 않길 기도하며 하나로 묶어 갔던 것 같다.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에 경복궁 야경을 보고, 돌담길을 걸고 또다시 여름에 골목을 거닐었다. 여러 계절을 마주하며 이백살까지 함께 하자고 했다. 마치 이백 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이 동네를 지켜온 백송터처럼.

 

서촌을 지키던 백송터 옆에 이를 기억하는 브릭웰이 개방될 때, 꼭 같이 가고자 했다. 이백 년 동안 그려질 줄 알았던 우리의 나이테가 멈추어 버려 나 혼자 왔을 땐, SNS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 된 이후였는데 덩그러니 혼자 감상할 수 있었다. 항상 절묘한 타이밍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둥글게 하늘을 담고 있는 정원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유독 길었던 이번 장마에 잠깐 비춘 해가 반가운 지 정원의 나무는 반짝이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은 채 눈부시게 푸르렀다. 이백 년간 백송이 지켜 온 동네, 자리가 여전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나에게 우리의 이야기도 그렇게 남아있을 것 같다. 그 옆 백송의 그루터기에는 덩쿨들이 최선을 다해 벗이 되어주고 있었다.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내 상처받은 마음에게, 더 이상 그러지 않길 바라며 웃음만이 가득했던 추억을 열심히 띄워 올리는 내 기억 저장소가 덩쿨과 닮았다. 외롭지 않게, 우울하지 않게 감싸주는 덩쿨의 노력이 가상해서 새로운 계절을 기대해보게 된다. ‘오만가지 감정이 이런 거구나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면서도 천천히 걸어 나와 경복궁 역을 향하는 마음은 따뜻했다. 사실 아팠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 서촌에게 앞으로 남은 내 청춘도 잘 부탁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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