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한복판 큰 건물들 속 아주 작은 컨테이너, 나의 작업실이 될 공간이다. 문득 이 공간의 지난 세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전에는 이 공간이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바로 옆 건물 식당 직원들이 휴식시간에 밥을 먹고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쓰였다고 한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쪽잠을 자기도 하고,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추억을 만드는 일터 속 위로가 되어주는 공간이었을 것이라 상상하니 비어있는 컨테이너 속 따뜻한 온기가 몸소 느껴진다. 낡고 작은 컨테이너 건물이어도, 깨끗한 신축 건물이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건축물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공간을 선물해 준다. 즉, 우리에게 기회를 마련해 준다. 이 공간을 내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공간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소중한 기회 말이다. 공간이 있기에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고, 휴식을 할 수도, 작업할 수도 있으며, 그곳에서 기뻐할 수 있고 때론 슬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실이 될 공간이 협소한 공간이어도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며 미래를 향한 무궁무진한 기회를 주는 아름다운 장소인 것이다. 누군가의 휴게 공간이, 누군가에게 작업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공간으로-- 작지만 펼쳐진 상자, 나는 앞으로 이 틈새 공간에서 어떤 알찬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게 될까? 설레는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