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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ESSAY] 우리 집 노란 대문에 관한 기억들

우리 집 노란 대문에 관한 기억들(김동혁) _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42가길 47-5

 

 

내가 어릴 적부터 살아왔던 신길1동 우리 집은 이웃집들과 다른 점이 하나있었다. 바로 건축가신 아버지가 설계하신 청록색 테두리를 가진 노란 대문이었다.

오래되고 칙칙한, 그저 근대식 단독주택들의 콘크리트 숲에 불과하던 이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알록달록 색이 있었던 눈에 띄는 곳이었다. 

 

이러한 개성 때문인지 사람들의 눈길이 자주 갔고 동네 주택가에서 마치 작은 ‘광장’역할을 하게 되었다.

동네 아이들은 “우리 노란 대문 집에서 만나”하며 모이던 집결지로, 한가한 낮에는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곳이었다.

때로는 어디를 가든 비슷한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고마운 곳이라며 일하시는 분께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아직도 택배를 시킬 때는 택배 기사 분들이 금방 찾을 수 있도록 주소 옆에 노란 대문집이라고 쓰곤 한다.

그들에게는 무미건조한 회색빛 동네에서 약속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암묵적인 상징이 아니었을까?


한 때는 이런 경험도 있었다. 어느 날 선선한 날씨의 가을밤, 아무도 없는 노란 대문 앞 가로등 옆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 소녀 짝이 있었다.

서로 야밤에 몰래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분위기였다.

대문에서 바로 위층에 있는 내 방 침대에 누워있다보니 자연스레 그 학생들의 유치하다 못해 풋풋하다고까지 생각되던 로맨스에 픽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다.

생각해보니 나에겐 저 나이에 풋풋한 로맨스도 없었나, 한참 부족했던 소년기를 후회하기도 하며 잠이 들었다.

보통 집에 존재하는 ‘문’은 사람들이 드나들기 위한 기계적 장치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는 매번 아침에 정신없이 집을 나설 때,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보금자리로 향할 때 우리를 천진난만한 얼굴로 맞이하던 문지기였다.

건조한 현실 속에서라도 가끔은 한번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혹시 주위의 계단이나 창문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특별한 경험이나 메시지를 주던 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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