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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ESSAY] 제2공학관

제2공학관(주한슬) _ 서울 성북구 안암로 145

 

철거가 뜬소문이 아닌, 당장이라도 이루어질 것 같은 문자를 받으며 급하게 이 공간에서 우리의 흔적을 정리했고 새로운 공간에서의 시작을 기대했다.

하지만 철거 한다는 얘기만 수십 번인 이 공간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내가 속해 있는 건축학과 만이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이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쉬고 있던 다른 학과 학우들이 하나 둘 씩 자신들의 짐을 챙겨 떠나는 와중에도 우리는 이 공간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투덜댔다.

모두가 떠나는 시점에, 새로 지어진 공간을 옆에 두고 왜 우리는 이곳에 남아있냐고.

망가져서 나오지 않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나른해지고 졸음과 싸우는 것이 힘들다고.

뚫린 방충망으로 인해 모기가 무성한 공간에서 밤을 새는 것이 힘들다고.


긴 시간동안 철거의 소문이 무성한 공간에 우리는 다른 이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매 번 이 공간에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내려올 때까지의 시간은 짧지 않았다.

제 2 공학관 네 번째 창에 띠가 생겨 밤을 밝힐 때까지.

아주머니의 쓰레기통 정리 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 공간의 다른 방들이 다 짐을 챙겨 떠나면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네 번째 창의 띠가 새벽을 알리고,

아주머니의 쓰레기통 정리 소리가 들리면 먼지가 꽤 쌓인 창문을 바라보면서 아침을 확인했다.

우리는 그렇게 이 공간의 시간을 느껴왔다.


언제 철거 하냐는 말을 수도 없이 던지지만 어쩌면 우리는 우리만의 아지트를 찾은 듯 이 공간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폐쇄가 진행되고 있고 철거가 될 이 공간을 우리가 점거하고 있는 것이다. 

 

늘 잠겨있어 들어가지 못했던 옥상에 올라가 새로운 저녁을 만나고 새로운 학교를 보면서.

다른 과의 영역이라 들어가 보지 못했던 실험실과 강의실에 들어가 새로운 휴식을 취하면서.

깜빡거리지만 고쳐주지 않는 복도의 전등 앞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면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막상 벗어났다면 추억했을 공간에서, 누구보다 오래 더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지막을 우리는 아직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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