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OUL U
회원가입 | 로그인       서울특별시공모전 홈으로 가기
수상작 갤러리
2015 서울 아름다운 건물 찾기 2016 서울 나와 함께한 건축 이야기
2016 서울 나와 함께한 건축이야기 수상작 E-BOOK

본문

대상 | [ESSAY] 27, 당신은 최고의 끗발

27, 당신은 최고의 끗발(홍성호) _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동1가

 

“서아야, 너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
귀여운 얼굴을 한 딸아이를 보면서 내가 느꼈던 그 감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떠올린다.

 딸아이와 나는 길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산성의 정상에 오르려고 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서울의 아름다움, 딸 이름의뜻이다.

그리고 나는 이 벅찬 감정을 느꼈던 그 해 여름을 기억한다.

 

할머니 집은 버스정류장에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곳에 있었다.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이 집은, 앞으로는 성북천이 있고 뒤로는 낙산 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할머니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다니게 된 대학로에 있는 교회에 가려면 이 낙산을 넘어야 했다.

어렸을 때는 한시간은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되어 시간을 재보니 15분이면 가능했다.

 

할머니의 성함은 이칠이었다. 한자로는 二, 七 숫자를 뜻한다.

 화투를 좋아하신 외증조부께서는 맏딸인 할머니에게 “최고의 끗발”이 되라고 이런 이름을 지어주셨다.

할머니는 이름처럼 끗발이 좋은 운으로 사셨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할머니께서 해주신 그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젊었을 적 할머니는 폐병이 심했던 할아버지를 시골에 두고 서울로 올라와 힘겹게 사셨다고 한다.

낙산 산성 주변에 빼곡히 지어진 판잣집들, 할머니는 그 가장 밑단 쪽에 천막을 치셨다.

당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마치 난민 같았고, 모두들 사대문 안에서장사를 하려고 악착같이 살았다고 한다.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할머니도 담배장사를 시작으로 과일장사,슈퍼마켓 등 안 해본 장사가 없었다.

할머니는 돈을 벌어 하루에 한 장씩 벽돌을 샀다.

그리곤 천막을 조금씩 걷어내며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았다.

할머니가 했던 장사 중 가장 흥했던 것은 도토리묵장사였다. 빨간 대야 한가득 묵을 쑤어 낙산 산성을 넘었다.

대학로에 도착하면 이미 할머니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서 있었는데, 하루에 딱 한 대야만 팔고 돌아왔다.

할머니는 곧 돈을 모아 쪽방으로 된 이층집을 지었다.

그리고 월세를 받으며 건강해진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와 세 고모들에게 손을 벌리는 일도 없었다. 집을 비우지도 않았다.

그만큼 할머니는 평생을 바쳐서 일구신 이 집에 애착이 강했다.

할머니는 이 집을 지켜줄 사람으로 27살의 손자인 나를 선택하셨다.
한창 재개발 바람이 불어 동네는 어수선 했다.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집을 팔아서 사업에 투자할 것 같고, 자식들은 유산으로 나눠가질 것 같았던 분위기를 느끼셨는지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내 손을 잡고서 꼭 잘 지켜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이후 동네는 “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되었다. 재개발 투기바람을 몰고 온 사람들은 떠났고 이제 진정으로 이곳을 가꿔 살아갈 주민들만 남아있다.

곧 사회적 기업을 주축으로 마을을 새롭게 단장하자는 계획이 나왔는데, 마을 어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할머니 집은 나의 손에 의해서 꾸며지기 시작했다.

공대를 다니던 나는 전공을 살려 설계도를 작성했다.

내벽을 허물고 창문을 내어 밝은 집을 만들고,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었으며 외벽을 보강해 습기와 추위를 견디게 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한 장, 한 장 쌓으신 그 벽돌만큼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몇 개월 후에 집이 완성되었다.

 

마을 전체적으로 합의한 색상을 사용하여 주변의 미관과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다.

또 많은 벽화가 그려진 이 동네의 특성을 살려 나도 의미 있는 벽화를 그리기로 하였다.

한 대학교의 미술동아리에 벽화를 부탁했는데, 대학생 스무여 명은 몇 번의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 뒤 예쁜벽화를 그려주었다.

벽화가 거의 완성될 즈음, 학생들은 나에게 마지막 글귀를 쓰는 기회를 주었다.

벅찬 마음으로 사다리에 올라간 나는 이렇게 썼다.

 

“二 七 , 당신은 최고의 끗발”

 

지금도 삼선공원을 지나 눈앞에 나타나는 끗발 집을 볼 때마다 할머니를 떠올린다.

어느 덧 몇 년이 지나 나에게 딸아이가 생겼고, 이 아름다운 서울의 골목길을 생각하며 그 뜻을 새긴 이름을 붙여주었다.

딸에게도 할머니가 전해준 서울의 아름다움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글
공모전 운영사무국 0505-300-5117
공모전 운영 사무국 : 06154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460 금척타워 B1 Tel : 0505-300-5117 사업자등록번호 : 214-88-77260
Copyright 2017 서울아름다운건물찾기공모전. ALL RIGHTS RESERVED..
페이스북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