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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 [ESSAY]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나는 공덕시장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나는 공덕시장(김상민) _ 서울특별시 마포구 만리재로16

 

개콘보다 더 웃긴 전통시장

 

“퍼허허허허.”
아버지가 공덕시장 입구에서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셨다. ‘선떡여왕’이라고 적힌 간판 때문이다.

지난해 75세가 넘은 앙상한 몸으로 전립선암 수술을 받으신 탓에 웃음을 잃고 사신 아버지.

그가 이렇게 크게 웃으신 건 처음 본다. 엄마도 웃으신다.

‘건어물학개론’이라는 간판 때문이다.

눈까지 안 좋으신 아버지 곁에서 고통의 짐을 나누다 보니 주름이 늘었던 엄마가 웃다니. 고마워서,

뭐 하나라도 팔아주고 싶어서 건어물 가게로 들어갔더니 억센, 그러나 정감 어린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넉살 좋게 웃으며)재밌심니꺼? 이게 다 마트 안 가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재미줄라꼬 하는 거 아니겠심꺼”

 실제로 건어물가게 사장은 건축학개론이라는 유명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판촉용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쓰고 간 빵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크게 웃는 부모님을 보면서 온누리상품권을 받고 투덜거렸던 내가 못나보였다.

돈 한 푼 안들이고도 가족들이 모두다 호박꽃 처럼 웃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전통시장임을 왜 몰랐을까.

 

청년 사장에게 날개 달아주는 곳, 전통시장

 

얼굴에 온통 밀가루를 묻힌 진욱이는 ‘모범가게’ 간판이 붙은 상점 안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틀어놓고

위생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하게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그가 청년 사장이 된건 서울시가 청년장사꾼 프로젝트 이른바 ‘청년몰’덕분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손님이 뜸한 점포 13개를 청년장사꾼 19명에게 임대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전통시장에 젊은 피를 수혈하며,

 임차료를 지원하고 컨설팅과 교육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원두커피전문점, 보드게임방 등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차별화된 점포가 늘어났다.

청년사업가들은 디자인 전공 학생이 수업 과제로 낸 그림으로 만든 ‘2030을 위한’ 가방을 파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청년몰이 입소문을 타자 공덕시장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성서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왔고, 시장 전체 매출이 30%나 늘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손님들이 먹던 만두를 가져와도 이유를 묻지 않고 바꿔 줄 정도로 고객 관리에 신경 쓴덕에

 하루 평균 매출이 150만 원을 돌파했다며 웃는 진욱이. 그를 보며 전통시장이 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요즘 뜨고 있는 ‘의리 광고’를 패러디한 홍보 전단이 시장 곳곳에 붙어있었다.

시장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과 의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화장실은 마트 못지않게 깨끗했고, 시장 중앙에 있는 고객지원센터에서는 장바구니를 대여해준다. 수유실도 있다.

시장에 있는 동안 시원한 봄바람을 맞은 듯 마음이 가벼웠고, 곳곳을 돌아다니는 내내 쿵쿵하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성실히 하루를 살려고 새벽을 여는 상인들의 숨 소리는 전통시장을 여전히 뜨거운 곳으로 만들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손님의 눈길을 끈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전통시장일뿐이라고?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시장을 외면한 탓에 그것이 비단옷을 입었다는 걸 몰랐을 뿐.

‘찰칵찰칵’ 카메라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예술 + 공덕시장 = 행복 X 3

 

‘행복사진관’은 지금은 사리진 동네 사진관처럼 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화사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었다.

입구에는 이주노동자,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이 빼곡히 걸려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영정사진 대신 ‘장수사진’을, 다문화 가정을 위해 ‘귀향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있다.

또 저소득층 아이들과 함께 ‘사진 공부방’을 운영하려 하는데 후원이 많이 필요하다”
빵모자를 쓴 사진관 아저씨는 “얼마 전에는 지역 대학의 사진학과 교수와 주민들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문화 불모지 서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렌즈를 닦았다.

 

사진관 옆 골목에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엄마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문화센터에서 미술을 배웠다는 아이 엄마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공덕시장을 예술과 함께 하는 장소로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갈라졌던 벽에 들꽃 그림과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채워지자, 잡초가 무성했던 골목길은 첫눈이 내리는 것 마냥 밝아졌다.

얼굴에 페인트가 묻은 줄도 모르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던 미술대학 학생.

“어떻게 오게 되었냐”는 물음에 배낭여행을 다녀왔던 터키 이스탄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터키에는 ‘그랜드 바자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이 있다고 한다.

60여 개의 통로에 5000여 개의 상점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공예품과 특산품을 파는데,

하루 평균 25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의 명소다.

학생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전통시장 역시 이처럼 꽃을 피워, 꿀을 찾아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것처럼 활기차지길 바란다고 했다.

 

전통시장에 날개를 달아주자!
꿈틀거리는 전통시장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수는 없을까?

단순히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번지르르한 진열장에 마치 박제 같은 제품이 덩그러니 놓은 곳이 아니라,

원산지에서 방금 가져온 농수산물이 투박하게 놓여있는 싱그럽고 풋풋한 공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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