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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ESSAY] 멀고 먼 두 건축물의 슬픈 거리감에 대해

멀고 먼 두 건축물의 슬픈 거리감에 대해(고영윤) _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단로 204-경동교회,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경찰인권센터

 

어떤 평론가는 안온한 자궁이라고 표현했던가?

이곳은 숨어 있기 좋은 곳이다. 느긋한 그늘이 곳곳에 숨 쉬고있고 미로처럼 경건한 탯줄의 길이 이리저리 휘감은 곳이다.

하지만 가만 보면 영락없이 우뚝 솟은 우람한 나무이다.

벽돌로 쌓아 올렸지만 덩굴손이 촘촘한 신록이 풍성해서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영락없는 한 그루 거대한 나무이다.

이곳은 참으로 신기한 장소이다.

이곳은 벽돌로 지어진 섬세한 미궁이자 자궁이며 신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종교적 예배를 염두 하지 않아도 주변과의 조화에 공을 들였다.

각이 지지 않은 부드러운 모서리와 십자가를 극명하기 드러내는 대신 신성을 포근하게 감싸는 부드러움과 평화가 공존한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비밀히 닫혀 있고 폐쇄된 성소처럼 보이지만 긴밀한 길들이 서로의 어깨를 잇대는 이곳은 몇 번이나 거닐어도 질리지 않는다.

쌓아 올린 석탑처럼 벽돌로 다져진 건물의 육중한 외관은 커다란 돌을 연상시킨다.

공고한 기단 위에 하나하나 쌓아 올린 석탑. 곡선이 없는 검박하고 단순한 이미지이지만 모서리들의 다채로운 조합으로 직선의 단조로움은 사라진다.

지척에서 곡선의 물결로 넘실대는 비정형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외형과 이곳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되면 나에게는 더더욱 행복한 고민이다.

출렁이는 곡선의 사구이지만 차갑고 금속적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거닐다가 따뜻한 직선이 성채처럼 완결된 이곳 경동교회에서 쉬어간다면 말이다.

경동교회는 부드럽고 웅장한 직선이다.

‘경동교회’는 은밀한 성채이며 벽돌과 담쟁이덩굴이 서로 몸을 얽어 만들어 낸 풍성한 나무이다.
경동교회는 숨어 쉬어가기 좋은 곳, 신성이 건물로 오롯이 표현된 모두가 그리워하는 안온한 산도(産道)이다.

 

남영역에 왔을 때 순간 당황했다. 출구와 입구가 오직하나였던 역. 이런 역은 처음이었다.

입과 항문이 같은역. 어디로든 도망칠 수 없는 역. 검열이 용이한 역.

내가 찾으려 했던 그곳과도 같았다.

오직 출구와 입구가 하나여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곳.

자유와 비명을 한 곳에 무참히 우겨넣은 그곳.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두려움보다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다.

폐장을 한 시간 앞둔 그곳에 갔을 때 느낀 첫인상은 ‘엄격하다’였다.

부드러운 모서리는 없었고 날카로운 직선이 잇잠없이 서로 꽉 물려 있었다.

그곳의 재료 또한 벽돌이었으나 거친 질감 대신 유약을 발라 구운 벽돌로 매끈하게 반짝거렸다.

건물의 직선에 여유란 없었고 신랄하고 냉정해 보였다.

 내 눈을 사로잡은 또 하나는 그 건물의 창이었다.

건물의 눈인 창들은 경악 때문에 부릅뜬 눈처럼 돌출되어 있었다.

 4층의 창들은 의심과 심문으로 가늘어진 눈처럼 세로로 좁게 나 있었다.

 나선계단이 있는 그 건물의 비공식적인 뒷문은 벽과 벽 사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또한 그 건물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정교하고 실용적이었다.

내부는 심문자의 편의에 철저히 복종하고있었다.

실내의 조도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복도에 다이얼 스위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열쇠구멍이 없는 작고 날렵한 철제 손잡이와 동그랗게 홉뜬 핍홀의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아이러니에 건축가의 의중이 무엇일까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다.

그곳, 예전의 이름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이제는 경찰인권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극적인 변신이었다.

 

천재적인 한 건축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신성과 비명의간극은 너무나 넓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논란이 아니라 이 두 건물이 빚어내는 분위기와 역사성에있다.

건축의 창의성과 예술성에 천착하여 성소를 지었으면서도 지극히 냉정하고 효용성이 극대화된 이런 어두운 밀실마저 만든 건축가의 심정을 내가 어찌 알 수있으랴.

다만 그 건물 안에서 거쳐 간 사람들과 시간들의 이야기들만은 우리들이 잊지 말고 간직해야 할 것들이다.

특히 어두운 비명과 절규에 대해서는 더욱 기리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숭고와 오욕을 둘 다 받아들여야 하는 이 두 건축물의 슬픈 거리는 그래서 언제나 좁혀지지 않는다. 여간해서는 도통 극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비참한 거리감에 절망하면서도 이 두 건물이 간직한 의미를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며 추모하고 기도하는 것 또한 어쩌면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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