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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ESSAY] 후암동 주택

후암동 주택(한혜승) _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로 71-1

 

‘후암동 미주아파트’후암동 미주아파트. 이름만 들어도 따스하고, 즐거운 기억들만 떠오른다.

지금은 낡은 아파트에 불과하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옛 기억이 떠올라 흐뭇하다.

4호선 서울역 동측에 위치한 미주아파트는 1980년에 준공된 꽤 오래된 아파트다.

서울시에 있는 수많은 건축물 중에서 왜 굳이 흔한 아파트를 골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시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아파트보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잘 반영할 건축물은 없을 것이다.

미주아파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며, 동시에 내 생애 첫 아파트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아파트가 많지 않았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세 층 건너 친구나 이웃 한 명쯤은 알고 지냈다.

현재 내가 사는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복도식인 미주아파트 안에서 우리 집까지 가려면 꼭 다른 집 앞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무더운 여름에는 대문을 열고 지내는 집 앞을 지나다가 이웃과 눈이 마주쳐 어색한 인사를 할 때도 있었고,

 옆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낯선 사람이 왔다고 짖는 소리에 놀라서 뛰어갈 때도 있었다.

 

특히 미주아파트는 층과 층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하나의 엘리베이터를 두 개 층이 공유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가 이어진 것이 아니라, 다시 계단 몇 개를 올라가야 복도가나온다.

이런 구조 덕분에 퇴근하시는 부모님을 기다리거나 집 열쇠가 없는 날에 친구랑 같이 동생을 기다릴때, 계단은 나에게 최고의 공간이었다.

그때는 수많은 일상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니 이런 사소한 일도 소중한 기억 중 하나가 되었다.

미주아파트는 단지 자체의 규모도 작고, 전체가 다섯 동 밖에 되지않았다.

때문에 초·중학교를 다니면서 단지 내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자연스레 많아지게 되었다.

 5동에 사는 유나, 4동에 사는 민구, 1동에 사는 안성이와 현규.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지 못해 아직도 미주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는지 아무런 소식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서울역에 올 때면 이곳에 들르곤 한다.
단지 내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1동과 2동 사이에 위치한 필로티다.

 1동과 2동은 다른 동 들과 달리 지형이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출입구로 가려면 이 필로티를 지나야 한다.

 아무런 조명도 없고, 높이가 낮은 촘촘한 계단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밤에는 누가 툭하고 나타날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다.

하지만 여름에는 최고의 그늘을 제공하고,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친구들과 모여서 캐릭터 딱치를 치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하였다.

 

그러고 보면 넓은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을 그대로 간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움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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