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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 [ESSAY] 서울 대표 카페, 수연산방

서울 대표 카페, 수연산방(강상구) _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26길 8

 

서울 대표 카페, 수연산방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것도, 친구와 같이 가서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다.

혼자 혹은 누군가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에 카페만큼 적절한 공간이 또 있을까.

얼마 전 뉴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세 개씩 새로운 카페가 생긴다고 하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자주 카페에 가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종종 좋은 곳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나 지금 강남역인데 시간이 좀 비거든. 어디 괜찮은 데 없어?”,

 “나 이번 주 토요일에 홍대에서 소개팅 하는데 분위기 좋은 카페 추천 좀 해줘.”
몇 년 동안 친구들이 꾸준히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추천해준 곳이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친구가 만족하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중에는 너무 좋은 나머지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곳도 있다. 성북동의 수연산방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성북동에 그렇게 좋은 곳이 있어?’하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곳에 처음 가보기 전에는 그랬다. ‘성북동’하면 고급빌라, 아니면 ‘성북동 비둘기’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으니까.
‘수연산방’에 처음 간 것은 2년 전 가을이었다.

여자친구와 길상사에 간 날이었다.

길상사를 둘러본 뒤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고, 가파른 골목길을 내려오니 시간은 어느새 8시가 훌쩍 넘어 주위는 깜깜해져 있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여자친구가 불쑥 소설가 이태준의 사택을 찻집으로 운영하는 곳에 한 번 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소설 ‘달밤’을 재밌게 읽은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길을 조금 헤매다 우리가 찾은 조그만 대문, 그 옆에는 ‘상허 이태준 가옥’ 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곳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고즈넉한 한옥과 별채가 있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제법 운치 있는 풍경이었다.

아담한 정원에는 불빛이 은은하게 빛났고, 안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돌다리를 조심조심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한옥 안에 마련한 찻집답게 수연산방에서는 다양한 전통차를 팔고 있었다.

 나는 대추차를, 여자친구는 모과차를 시키고 인절미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빵과 커피가 아닌 떡과 차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 입맛은 서양음식에 꽤나 익숙해졌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달밤’으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가 이태준은 이곳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활발한 문학 활동을 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산속의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한다’는 뜻의 ‘수연산방(壽硯山房)’이라는 당호 역시 그가 지은 것이다.

수십 년 전에 문인들은 여기서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차를 마셨을까, 커피를 마셨을까?
이런저런 엉뚱한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찻집 안에서는 고인의 유품 또한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은 금세 흘렀고, 밖으로 나오니 노란 보름달이 포근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옥을 보아서인지 달빛을 받은 처마의 곡선은 더욱 우아해 보였다.

마당에 잠시 멈춰 달을 올려다보며, 문득 이태준선생도 수십 년 전 여기 이 마루에 앉아 저 달빛에 흠뻑 취해 ‘달밤’을 집필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 아름다운 밤 이후, 난 수연산방의 단골이 되었다.

자주 다니면서 이 고즈넉한 한옥이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11호라는 것과,

성북동에는 수연산방이외에도 길상사나 한국가구박물관, 심우장 같은 볼거리가 꽤 많다는 사실,

그리고 수연산방에서는 마당이 보이는 창가 바로 옆자리가 인기가 제일 많은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일 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 여행을 갔던 때가 떠오른다.

프로이트, 히틀러, 클림트 같은 이들이 자주 찾았다던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카페 센트랄’이라는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박물관이나 궁전도 아닌 카페가 100년 넘는 역사를 지녔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내가 서울에서 다니던 카페들 중에는 100년은커녕 10년 넘은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은 어디도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대도시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건물부터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체인점을 내는 것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그런 건 어느 도시에나 있다.

뉴욕에 가도, 도쿄에 가도, 빈에 가도 그런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서울이 단순한 대도시를 넘어 매력적인 도시가 되려면, 역사를 지닌 곳을 지금도 살아 숨쉬게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수연산방은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성북동 한적한 골목의 이 조그만 한옥 찻집이, 강남의 고층빌딩 거리에 있는 체인점 카페보다 나는 훨씬 더 좋다.

서울과 10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했으며 앞으로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이곳은 서울의 ‘카페 센트랄’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서울다운 카페 - 찻집이 서울에는 더 많이 필요하다.


좋은 곳을 너무 혼자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창가 쪽 자리에 앉기가 더 힘들어질지는 몰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줘야겠다.

성북동에 압구정이나 강남, 신사의 유명한 곳 부럽지 않은 수연산방이라는 아주 아담한 한옥 카페가 있다고.

그러면 혹시 그들도 혼자만 알고 있던 제2의 수연산방 같은 곳을 추천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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