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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 [ESSAY] 운현궁, 옆집에 살아보니

운현궁, 옆집에 살아보니(임연희) _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61

 

올 초 그녀는 회사공단에서 관리하던 아파트를 나오게 됐다.

4년 전, 그녀의 부모는 30대 초반이던 그녀가 4년 안엔 당연히 시집갈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아파트를 나올 때란, 결혼 후 신혼집으로 이사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4년 뒤, 그녀는 청춘사업의 실패로 30대 중반의 ‘노처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홀로 월세 집을 구하러 다니는 신세가 됐다.

홀로 집을 구하러 다니던 그녀는 넓은 서울하늘 아래, 166cm짜리 몸 하나 누울 자리가 없음에 서글펐다.

그리고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아침, 그녀는 통근버스에서 우연히 ‘운현궁 옆 오피스텔’을 보았다.

4년 내내 지나다니면서도 눈길 한번 가지 않던 곳이었는데 그 날은 유난히 그 건물이 눈에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운명처럼 계약을 했고, 그 ‘운현궁 옆 오피스텔’ 12층에 살게 되었다.


그녀가 이 오피스텔에 반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방 안에서 보는 멋진 풍경 때문이었다.

방 안에 서서 오른쪽 을 보면 청와대, 경복궁, 옛 미대사관직원 거주지 공터가 보였다.

왼쪽엔 대기업 마크를 달고 건축미를 뽐내고있는 빌딩숲이 보였다. 특히, 이곳 야경은 기가 막혔다.

 

이곳은 특별지역인 만큼 건축물 고도제한 때문에 집 앞에는 고층 빌딩이 없었다.

그래서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구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눈이 오는 날이면 하늘 가까이에서 내리고 있는 눈을 느낄 수 있었다.

고즈넉한 경복궁이 눈을 맞으며 더 의젓해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철엔 황무지 같던 옛 미대사관직원거주지 공터는 봄이면 연둣빛으로,여름이면 진한 녹색으로 변신했다.

가을엔 어떤 색깔로 변할지 기대도 했다.


‘운현궁’ 맞은편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멀리 나가면 경복궁이 있다. 즉,그녀의 집은 경복궁과 창덕궁의 중간 정도 위치에 자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살면서 그 둘 사이의 묘한 기류를 느꼈다.

조그마한 운현궁은 끼어들 틈이 없는 강한 자들의 기싸움이었다. 그녀만의 문화유산 감상기라고나 할까?


경복궁은 우리나라 대표 랜드마크로 그 주변부터가 위풍당당하다. 경복궁 앞에는 광화문대로가 펼쳐진다.

광화문광장을 필두로 각종 문화시설, 대사관, 언론사, 호텔 등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뒤쪽은 청와대가 위치해있다.

그리고 항상 강하고 화려한 조명이 광화문을 비춘다. 그것에 매료된 전 세계 관광객들은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이것이 매우 흔한 경복궁 주변 풍경이었다.


반면 창덕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음에도 참 소박하다. 창덕궁 앞에는 ‘대로(大路)’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길이 나있다.

그곳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한복집, 음식점, 떡집, 그리고 관광객을 위한 숙박업소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창덕궁 담을 따라 자리한 것은 평범한 동네다. 노인정에 딸린 작은 운동장, 세탁소, 집들이 있다.

그 길을 지나갈 때면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나고, 꼬마가 웃는 소리가 들리며, 할아버지가 트로트를 들으며 평상위에서 더위 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등

삶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다. 창덕궁에도 조명은 있다. 그런데 그 조명은 그 날 당직인 경비아저씨가 누구인지에 따라 켜지는 시간이 다르다.

 

그녀는 저녁나절, 조명이 켜지지 않은 창덕궁 앞을 거니는 게 좋았다.

눈도 피로하지 않고 사람도 없는, 거대한 나무숲을 가리고 있는 어두컴컴한 창덕궁 대문 앞에서알짱거리며 쉬는 것이 참 좋았다.

경복궁에겐 미안할 말이지만, 인기가 너무 많고 화려한 미인이어서 다가가기힘든 경복궁보다는 엄마 냄새나는 창덕궁이 점점 편하고 좋아졌다.

그러면서도 몇 걸음을 사이에 두고, 이 둘은 어찌 이렇게 되었을까도 싶었다. 옛 왕들도 이런 미래를 예상이나 했을까?

경복궁, 창덕궁 너희 둘만 그런건 아니겠지,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녀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한 오피스텔에 살게 된 것, 색다른 전통 미녀들을 마당삼아 살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노처녀 딱지를 떼고 급히 결혼이 성사되어,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녀는 오늘도 음악을 들으며 밤에 산책을 하고, ‘이곳은 궁중의 **하던 곳’이라는 푯말 찾기 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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